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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스마트시티편 (KDI 경제정보센터)


“대안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스마트시티 부각…

파트너 국가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발전하는 상생전략 필요”

이정협 데이터얼라이언스 부대표



Q: 새로운 도시모델로 스마트시티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가 무엇이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과거에는 교통, 환경 등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에 정부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교통 체증이 심해지면 도로를 확장하거나 새로 만들고 주차 문제가 발생하면 주차장을 더 건설하는 식이지요. 85만명의 인구를 가진 부천시의 경우, 매년 약 300억원의 지방정부 예산을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비용 투자 접근방식으로는 무려 3,600년(부천시 전역의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주차장 공급 시, 108조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매년 300억원씩 투자할 경우 계산)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주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기존처럼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대안적인 문제해결 방법으로 스마트시티가 부각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혁신기술들이 접목되는지 궁금합니다.

A: 스마트시티의 기술 요소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기술과 동일합니다. 사물인터넷(IoT), 에지컴퓨팅(edge computing),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을 도입하여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결합하여 새로운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물리적인 도시생활 공간을 똑같이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시민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죠. 또한 4차 산업혁명기술을 이용하면 동일한 자원을 갖고 있더라도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따로 운영했던 서비스들을 통합하여 문제 해결에 필요한 서비스들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모이면 인프라 건설 방식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Q: 다양한 혁신기술뿐만 아니라 기존 서비스 간의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 물론입니다. 주차 문제를 예로 들면, 4차 산업혁명기술을 통해 비어있는 주차장을 파악하고 적시에 수요와 매칭하는 서비스 구현이 가능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발레파킹처럼 주차와 출차를 대신해주는 온디맨드(on-demand) 주차대행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차요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융합(mashup)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서비스들을 훨씬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Q: 각국의 경제 및 발전수준, 도시 상황과 여건에 따라 스마트시티 접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산업의 특징은 무엇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할까요? A: 저개발국가 및 개발도상국으로 확산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초점을 맞춘다면‘선진국형’과 다른‘한국형’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기술주도형, 시민참여형과 같이 구분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의 스마트시티 전략을 보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도시에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많은데 낮은 구매력으로 인해 해외에서 비싼 솔루션을 들여오면 적용할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선진국형’ 시스템은 환경·에너지 등 단위 솔루션을 적용해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개발을 목적으로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사회적 관심과 압력이 크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하지만, 구매력이 낮은 시장에는 이런 솔루션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Q: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A: 한국에서는 신도시개발에 필요한 스마트시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검증된 솔루션은 전국에 확산됩니다. 이 과정에서 출연 연구소와 민간기업, 대학이 협력하는‘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스마트시티 산업 역량과 시스템은 값싸고 효율적인 솔루션이 필요한 저개발국가·개발도상국에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를 신도시 개발형 스마트시티라고 설명하셨는데요,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 단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디지털시티라는 게 있었어요. 이후 약 10년간은 유비쿼터스 시티, 즉 U-City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이 현재와 같은 스마트시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디지털시티는 통신회사들이 부분적으로 정보화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U-City에서는 IBM이나 CISCO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신도시 개발에 참여를 하고 쓰레기,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한 도시 정보화를 추진했지요. 그 과정에서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주도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스마트시티에 이르면서 한국형 실증·시범도시 방식의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Q: 우리나라가 신도시 개발과 연계한 대규모 스마트시티를 주로 추진하고 있다면, 해외에선 기존 도심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모델을 해외에 적용하는 데 한계는 없을까요? 

A: 스마트시티 기술은 플랫폼 기술과 5대 솔루션 기술(스마트빌딩, 스마트교통, 스마트에너지, 스마트워터, 스마트정부 등)을 포함합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국내외의 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산학연 혁신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반기술(enabling technology)과 표준이 적용되고,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나 실증도시가 만들어집니다.

지난해부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사업의 규모 등에 따라 ‘스마트시티챌린지’, ‘스마트타운챌린지’, ‘스마트솔루션챌린지’로 세분화됩니다. 스마트챌린지는 신도시 개발보다는 구도심, 즉 기존도시의 주차나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솔루션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사업입니다. 국가시범도시와 같은 신도시 개발 모델도 있지만 기존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챌린지 사업도 있어 각국의 상황과 수요에 맞춰서 적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스마트챌린지 사업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스마트챌린지 사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참여했던 부천시 스마트시티챌린지 사업*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천시 상살미마을은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2018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곳인데요. 오랫동안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은 곳입니다. 또한 노령인구가 많다보니 구매력도 높지 않고 4차 산업혁명기술과 관련한 서비스에 대한 적응성도 낮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살미마을 외곽에는 테크노파크나 체육관처럼 밤이나 주말에는 유휴 주차공간이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만약 마을에서 1~2km 떨어진 외곽에 주차를 하고 공유자동차나 킥보드 등을 사용하여 편리하게 귀가할 수 있다면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실용적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통합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경제모델을 활용해 고용창출도 가능한 방식을 구현했습니다. 마을기업을 설립해서 킥보드나 공유자동차, 주차장 관리 및 대리주차를 위한 공동 관리 인력을 고용했는데 서비스 관리비용도 낮추고 일자리도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Q: ‘한국형 스마트시티(K-Smart City)'가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을 위해 출범한 ‘K-City 네트워크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 국제 공모에 23개국이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A: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기술과 역량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고 그것이 K-Smart City 사업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형 스마트시티가 단순히 해외에 도시를 하나 개발해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 국가의 도시 문제를 해결해주는 동시에 우리의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하고 함께 발전하는 동반성장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아세안 국가들의 경우, 교통이나 환경처럼 우리나라 도시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에 더해 홍수, 지진 등 공간 범위가 넓은 자연재난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스마트시티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세안 국가들은 지금까지 해외 솔루션을 수입하여 자국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구매력에 맞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온더잡트레이닝(OJT, 현장 연수) 방식으로 필요 인력이 양성 및 고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공간적으로 광범위한 도시문제를 갖고 있으며, 구매력이 낮고, 그러한 도시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발능력이 없는데다 조정 메커니즘도 없는 셈인데요.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수요는 높아서 현실과의 간극(gap)이 상당히 큽니다.


Q: 파트너 국가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면서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확대하는 상생전략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A: 해외시장에 우리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공급하는 과정에서 파트너국가들과 동반성장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국가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정책이나 전략 차원의 벤치마킹이 필요합니다. 상대국의 스마트시티 건설목적과 정책, 제도적 장치 등에 대한 비교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솔루션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실제 구현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시드펀딩(seed funding)을 제공한다면 호혜적인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국가 차원의 추진체계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모델은 중국의 자유방임형(massive investment based permissive management under the Belt and Road Initiative)과 일본의 수직 통제형(comprehensive and consorted autocratic management) 사이에 위치한 ‘위임형 관리(delegated management)’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스마트시티 솔루션 수출을 위해 먼저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국가의 산업 전략을 자문해줍니다. 그리고 기업을 초청하여 산업연수를 실시한 뒤 솔루션을 팝니다. 만약 솔루션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직업학교 설립 등을 통해 운영능력도 갖추도록 하고요. 이처럼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량의 물량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이 방임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두 전략 모두 문화와 비용 측면에서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위임형 관리’모델로 개인이나 조직의 창의성을 극도로 끌어내되 전체적인 조율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구현해야 합니다. 위임형 관리는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조직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에 6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할 때 사용했던 방식하고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Q: 끝으로 한국의 스마트시티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A: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 관련 솔루션이나 시스템을 수출하면, 그러한 솔루션이나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파트너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파트너 국가의 도시문제도 해결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관련 솔루션의 시장을 주변 국가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특정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규모가 작아 제품이나 서비스로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아세안까지 확대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개발할 인센티브가 생기게 됩니다. 아세안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솔루션이나 서비스의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상생전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출처 : KDI 경제정보센터=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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